“교양기초교육이란 대학 교육과 평생교육 전반에 요구되는 지식의 습득 및 자율적 학문 탐구 능력의 함양을 포함하여, 인간, 사회, 자연, 예술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관과 가치관을 스스로 확립하는 데 기여하는 교육으로, 학업 분야의 다양한 전문성을 넘어서서 모든 학생에게 요구되는 보편적·통합적 자유교육이다. 또한 교양기초교육은 초연결·초지능 사회, 다양한 위기의 지속이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맞아 객관적 사실 인식을 토대로 하는 비판적·창의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소통을 통해 민주주의 공동체의 문화적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자질을 함양하는 교육이다.”
급속한 기술의 발달과 사회 수요의 변화에 따라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직업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좁은 분야의 표준화된 전공지식 교육만으로는 미래의 직업 생활에 대비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고, 위계질서가 약화된 직업 환경이 요구하는 자율적 학습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기술변화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심대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념과 민족 간의 대립, 환경 파괴, 자원 낭비·고갈 및 식량 부족 등은 인류 전체가 대응해야 할 거대한 도전이다. 교양기초교육은 개인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일반 능력을 개발하고, 이와 더불어 위기의 시대에 민주주의 및 인류 공동체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21세기는 세계화로 인해 인구 이동이 원활해지고 디지털 기술로 인해 삶의 유목화 현상이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어 다양한 문화(多文化)가 공존하는(間文化) 시대가 되었다. 세계의 모든 곳, 모든 시간에 모든 종류의 정보가 개인과 집단 간에 제약 없이 유포되어 다양한 출처의 정보가 다양한 형식으로 공존하는 정보의 민주화 사회가 되었다. 문화와 정보의 다양성, 상대성, 가변성이 이 사회의 일반적 특징이지만, 동시에 특정 관점에 따라 취사선택이 이루어지는 배타성이 강화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근거가 확보되었거나 오랜 논쟁과 역사적 과정을 거쳐 검증된 보편타당한 ‘지식’보다는 실제 삶의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유용한 아이디어-발상(informatio)과 같은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그 결과 역사적 문맥이 은폐되고 ‘기원(起源)이 소실(消失)된’, 파편화된 정보들이 범람하고 정보의 효용 기간 또한 급속히 단축되었다.
반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통해 축적되고 발전하는 지식의 습득은 근거 확인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여 사장되기 쉬워졌다. 그러나 이런 유동적이고 유목적인 삶의 환경에서는 정보의 유연성과 지식의 확실성에 대한 복합적 요구가 존재한다.
지식정보사회가 고정된 지식의 축적과 독점을 넘어 유동적 정보의 유통과 공유로 나아간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다원화‧다양화된 지식‧정보는 방향감각을 잃게 하기도 한다. 정보는 잠정적이고 단편적인 행동에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긴 하나, 객관적으로 정당화된 지식이 아니어서 도구적 합리성을 일시적으로 제공할 뿐, 삶 전체의 목적이나 가치에 관계하는 규범적 의미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대학 교육의 사회적 유용성과 관련하여 현재 한국에서 관심을 끄는 현상은 대졸자의 업무 내용과 전공의 일치도가 50% 미만으로 생각보다 낮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서비스 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삼는 국가들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한다. 문제는 대학 당국이나 학생들은 전공이 취업 후의 진로와 확실하게 연계된다고 강조하거나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전공집중 교육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안으로 교양기초교육이 큰 성과를 내리라는 인식은 사회와 대학에서 공유되고 있지 않다. 교양기초교육을 본래의 목적대로 정상화하여 대학 교육과 사회적 수요 사이의 불일치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미흡한 이유는 전공집중 교육 구조에 익숙해진 관습적 태도와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부정확한 사태 파악에 기인한다.
직장과 직종의 빈번한 이동과 같은 사회의 유목화 현상은 사회적 관계망과 공동체 의식을 약화하고 있다.
또한 전 지구적 인구 이동은 다양한 문화 창출에 기여해 왔지만, 2019년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재해의 세계화도 가져왔다. 그 결과 유목화된 사회, 다문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유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나아가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지구적 재해 앞에서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와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 사이에도 심각한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단편적, 단기적 정보의 유용성을 간파한 층은 정치권력을 유지하거나 획득하려는 정치가, 언론, 사회단체 및 유권자의 연합이다. 이른바 ‘가짜 뉴스’의 의도적 범람으로 인해 객관적 현실 파악에 근거한 가치판단 및 의사결정을 전제로 하는 대의민주주의는 빠른 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과학적 사고에 근거하여 사실과 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개인과 사회적 기관의 힘이 약화되어, 대중사회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에 빠지고 있다.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현대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인간의 모든 영역에서 그 영향력이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는 사회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 정도는 일상생활, 문화, 학술 등 모든 영역에서, 그것도 개인, 사회, 국가, 세계 수준에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동적인 과학기술을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 정보화, 세계화라는 문명의 전환, 산업구조 및 직업 세계의 변화, 지식의 성격과 역할의 변화, 이에 따른 대학 교육의 변혁, 공동체의 존립 방식, 첨단 과학기술과 인류의 장래 등등 이러한 거시적 문제를 오랜 기간 중심주제로 삼아 다루어 온 교육은 자유학예교육이다. 지식의 창출과 함께 그 지식의 적정한 사용을 함께 고려하고 그 윤리적 함축을 살피며, 삶의 규범, 가치의 실현을 강조해 온 교육 역시 자유학예교육이다. 그러므로 21세기 대학 교육에서는 자유학예교육을 근간으로 하는 교양기초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가. ‘교양’(culture/Kultur)이란 ‘경작된 정신의 수확물’로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지도적 시민들이 지녀야 할 지적·정서적·도덕적 자질, 능력, 덕성을 뜻한다.
나. ‘교양교육’(Bildung)이란 ‘인간다운 인간’을 형성한다는 의미로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창조하는 정신적 자아의 자기 형성”(J. G. Fichte)이고, “인간의 인간다움 그 자체만을 위한 주체적 자아의 형성이며, 자기 형성의 이상을 준거로 하는 자기반성적 태도의 도야이자 아울러 타자 및 세계에 대한 관계의 형성이기도 하다”(K. W. Humboldt). 교양교육은 또한 “보편적 지식과 품성을 바탕으로 한, 특정의 직업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선하고 모범적인 사람됨의 구현”(K. W. Humboldt)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교양교육의 핵심은 “인간 본성의 내적 능력을 지혜로 키워 올리는 것”(J. H. Pestalozzi)과 “현실을 파악하고 그에 대해 판단하여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의 함양”(F. Paulsen)이다.
다. 교양교육은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의 이념과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의 이념이 복합된 것이다.1)
현 대학 교육의 한 과정으로서 ‘교양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전후 일본에서 대학제도를 개편하며 미국식 ‘general education’을 도입하면서부터이다. 1947년 일본 대학기준협회는 ‘배분필수’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인문계열, 사회계열, 자연계열의 교과목을 나열하고 학생들이 각 계열별로 3과목씩 이수하게 하는 제도로서, 이 교과목들을 ‘일반교양과목(一般敎養科目)’이라고 불렀다.
해방 직후 한국의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전에 ‘필수과목’(必須科目)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필수과목’은 일제강점기 고등교육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된 식민지배 관련 교과목들을 1946년 조선교육심의회가 개편하며 사용한 용어로 ‘국어’, ‘외국어’, ‘철학개론’, ‘문화사’, ‘자연과학개론’과 ‘체육’ 등이 이에 속했다. 당시 6-3-3-4 단선교육제도 도입을 통해 4년제로 확정된 대학 교과목은 필수과목, 전공과목, 선택과목으로 구성되었다.
한편, 1952년 제정된 「교육법시행령」은 대학의 교과를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구분하고, 필수과목은 인문·사회·자연 계열의 일반교양과목과 각 학과별 전공과목을 포함한다고 명시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한국의 교양교육과정에 미국의 배분이수 제도가 정착하게 되었다.
또한 1953년 개정된 「교육법시행령」에서는 앞서 ‘필수과목’으로 규정했던 ‘국어’, ‘외국어’, ‘철학개론’, ‘문화사’, ‘자연과학개론’과 ‘체육’ 등을 ‘일반교양과목’으로 분류하고, 3개 계열에서 각 3과목씩 이수해야 한다는 요건을 1과목씩 이수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교육법시행령」의 ‘일반교양과목’이란 용어는 1994년 12월까지 42년간 사용되었다가, 1995년 ‘교양과목’으로 변경되었다. 이 「교육법시행령」은 1998년 3월 폐지되었다.
한국에서 ‘교양교육’은 일반적으로 ‘general education’의 번역으로 이해되며, 드물지만 개인에 따라 ‘일반교육’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대만에서는 ‘general education’을 ‘통식교육(通識敎育)’으로 번역한다. 또한 중국에서는 ‘general education’을 ‘(문화)소질교육[(文化)素质敎育]’, ‘통식교육(通识教育)’ 등으로, ‘liberal education’을 ‘박아교육(博雅敎育)’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일본에서는 ‘general education’은 ‘일반교육(一般敎育)’으로, ‘liberal education’은 ‘교양교육(敎養敎育)’으로 번역하나 두 용어를 혼용하는 경우도 있다.
목표 | 교육과정 내의 담당 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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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와 가치관 정립 | 자유학예교육 |
2. 학문 탐구를 위한 보편적 문해 능력 함양 | 기초문해교육 |
3. 비판적 사고 능력과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 함양 | 기초문해교육 |
4. 융합적 사고 능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함양 | 자유학예교육 |
5. 공동체 의식과 시민정신 함양 | 자유학예교육/체험소양교육 |
6. 심미적 공감 능력 함양 | 자유학예교육/체험소양교육 |
교양기초 교육과정은 그 하위 영역을 자유학예교육, 기초문해교육, 체험소양교육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편성한다. 이 교양기초 교육과정의 편성은 원칙적으로 학점 부여 교과목을 대상으로 한다. 교양기초 교육과정에서 취득해야 할 총 학점은 졸업 학점의 35%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자유학예교육(liberal arts & science education)은 교양기초 교육과정의 본령이다. 자유학예교육은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학문적 탐구 성과를 두루 습득함으로써 인간의 현실적인 삶의 지반과 여건, 그리고 이를 토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세계에 관한 총괄적인 지적 조망을 갖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즉, 자연을 토대로 하는 삶의 세계 전체에 관한 안목(세계관),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본성과 조건, 위상과 존재 의의에 대한 안목(인간관), 그리고 인간의 삶이 지향하는 이상·의미·가치에 대한 안목(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일이 자유학예교육의 과제이다. 중요한 점은 인간, 사회, 자연 모두가 세계관, 인간관 및 가치관의 관점에서 조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자유학예교육은 각 분과 학문의 교육에서 얻는 특정 영역의 지식을 조망하고 연계시키는 폭넓은 시야와 이를 종합·통합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사안을 섬세하게 세분하여 명료화할 수 있는 분석적 사고 능력, 그리고 분석된 내용을 다시 종합·통합할 수 있는 종합적 사고 능력, 논증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 능력, 오류를 식별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 시각의 전환을 통해 문제를 새롭게 보고 새롭게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 능력 등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자유학예교육은 합리적 사고 이상의 성찰적 지혜를 추구하며, 현상세계를 탐구하는 사실과학의 영역을 넘어 가치학 및 규범학의 영역으로 나아가지만, 객관적 현실 파악을 소홀히 하는 편향된 가치 지향의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
자유학예 교육과정은 영역별로 특정 학문에 치우침이 없이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 인문학 내에서도 문학, 철학, 사학이, 사회과학 내에서도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이, 그리고 자연과학 내에서도 물리학, 화학, 생물학이 치우침 없이 균형을 갖추어야 하고, 개설된 교과목이 내용적으로 유사한 경우는 중복 개설을 피해야 한다.
자유학예 교육과정은 학문 중심형 혹은 주제 중심형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각 영역에서 최소 1과목(3학점) 이상씩 총 18학점 이상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구분 | 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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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 ① 문학·예술학 |
② 역사학·철학·종교학 | |
사회과학 | ③ 정치학·경제학 |
④ 사회학·문화학·심리학 | |
자연과학 | ⑤ 수리과학 |
⑥ 물질과학·생명과학 |
주제 중심형 교육과정에서는 각 대학의 교육목표나 교양교육과정의 구성 방식에 따라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정할 수 있으며, 주제를 더 통합하여 분류하느냐 세분하여 분류하느냐 하는 것도 선택의 대상이다. 여기서는 세 가지 예시를 제공한다.
교양교육은 인간의 현실적인 삶의 지반과 여건, 그리고 지향을 망라하는 ‘현실’ 전체에 관한 지적 조망을 갖도록 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세계관, 인간관, 가치관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교양교육의 궁극적 목적이다. 이와 같은 교양교육의 목적을 충실히 실현한다고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주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에 관한 탐구의 철학적 전제, 자연 탐구의 일반적 방법, 탐구 성과의 주요 내용과 그에 대한 유기적‧총괄적 이해: 물리적 세계의 원리, 생명 세계의 근본원리
둘째, 자연 탐구의 성과가 인간의 문명에 구현된 것, 즉 기술의 본성, 기술 발달의 도정, 근대 기술의 성격, 현대 기술의 특성과 향후 발전의 전망,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
셋째, 인간의 운명, 즉 인간 종의 생존 토대인 내외의 자연적 조건, 이 조건에서 필연적으로 유래하는 인간의 생존 노력, 이를 토대로 전개되는 문명적 삶의 이중성, 두 지평: 기술과 규범
넷째, 인간에 의해 구성된 세계, 즉 문화와 문명에 관한 일반적 고찰. 문화의 본질, 문화와 자연의 관계, 문화의 한계, 문화의 여러 요소‧영역‧성층구조, 문화와 문명의 관계, 현대 세계에 대한 문명사적 이해
다섯째, 인간에 의해 구성된 세계, 즉 문화와 문명을 공동체적 삶에 초점을 맞춰 구조적으로 고찰하면서 다루게 될 사회적 현실, 그리고 같은 내용을 시간적 흐름에 초점을 맞춰 그 맥락과 연관하여 다루게 될 역사적 현실
여섯째, 사회적 현실이든 역사적 현실이든 그것이 자연 상태를 넘어서서 인간적 삶을 가능케 한 ‘제2의 질서’, 즉 도덕적‧법적 규범, 사회적 관습, 정치적 질서 등을 포괄하는 인륜적 질서의 총체
일곱째, 자연의 인과적 질서에 대립하는 문화의 목적적 질서가 지향하는 가치의 세계, 실천을 요청하는 가치의 세계, 관조의 대상이 되는 가치의 세계
아래의 주제별 영역 구분은 이상과 같은 구상을 밑그림으로 한 것이다.
영역 |
---|
① 자연 및 과학 |
② 기술의 본성 및 성과 |
③ 인간의 본성 및 조건 |
④ 문화현상과 현대문명 |
⑤ 사회적 현실 |
⑥ 역사적 현실 |
⑦ 인륜성 탐구와 도덕적 추론 |
⑧ 종교적 가치 |
⑨ 미적 가치 |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며, 이를 통해 지금의 자신과 세계보다 나은 미래의 자신과 세계를 지향하면서 산다. 그런 점에서 인간관, 세계관, 가치관의 정립을 추구하는 교양교육의 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인간의 본성과 삶의 조건: 인간 자신에 대한 성찰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과 그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조건들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삼을 수 있다. 인간의 본성과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킴으로써 다양한 인간 군상과 현실 세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할 것이다.
둘째, 종교적 가치와 미적 가치: 인간은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과 상상을 통해서 실재하는 삶의 안정과 행복을 추구하는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종교와 예술은 그러한 인간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데, 인간의 종교 활동과 예술 활동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는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셋째, 경제생활과 정치 공동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정치활동과 경제활동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과 발전을 추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 현실적 요구를 해소해 왔으며, 합의를 통해 삶의 안정을 획득하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 경제생활 및 정치 공동체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폭넓은 탐구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시각을 새롭게 하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할 것이다.
넷째, 사회 현실과 역사적 맥락: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며 그러한 문제는 인간의 삶 자체를 제약한다. 그러한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인간의 삶이었고 역사였다는 점에서 사회 현실과 역사적 맥락에 대한 탐구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의 문제에 대처하고 공동체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해줄 것이다.
다섯째, 문화의 본질과 다원적 세계: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따라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며 살아왔다.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온 인류의 역사와 문명에 대한 이해는 다문화 사회, 다원적 세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여섯째, 자연현상과 과학적 탐구: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 자신의 무지와 무력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인류는 신비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자연현상의 비밀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삶의 안정을 획득할 수 있었다. 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무지로 인해 빚어진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인류를 해방해 주었을 뿐 아니라 오늘의 인류 문명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탐구의 성과만이 아니라 그 탐구 과정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과학의 정신과 방법론을 체득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일곱째, 과학기술의 발전과 현대문명: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용어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현대문명이라는 주제 영역은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 지식과 안목을 갖추게 할 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빚어지는 예기치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성찰하여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촉구할 것이다.
아래의 주제별 영역 구분은 이상과 같은 구상을 밑그림으로 한 것이다.
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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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간의 본성과 삶의 조건 |
② 종교적 가치와 미적 가치 |
③ 경제생활과 정치 공동체 |
④ 사회 현실과 역사적 맥락 |
⑤ 문화의 본질과 다원적 세계 |
⑥ 자연현상과 과학적 탐구 |
⑦ 과학기술의 발전과 현대문명 |
배분이수 제도는 여러 학문 영역에서 개설된 교과목을 일정 학점 이상씩 다양하게 이수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제한된 학점 안에서 여러 영역에서 개설되는 교과목을 다양하게 이수하도록 하다 보니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가운데 하나가 학문 중심형과 주제 중심형을 교차시키는 통합적 배분이수 제도이다. 여기에서는 통합적 배분이수 제도를 구성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인간 본질에 대한 주제 영역에 대해서는 인문‧예술 분야(이성, 감성, 윤리, 미의식, 욕망)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이고, 사회과학 분야(윤리, 욕망)나 자연과학 분야(욕망)에서도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또는 학제 간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삶과 생명의 터전이라는 주제 영역에 대해서도 인문‧예술 분야(공동체, 민족, 국가, 역사, 규범, 자연)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이고, 사회과학 분야(공동체, 민족, 국가, 역사, 지리, 규범)나 자연과학 분야(자연, 지리)에서도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학제 간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자연의 본질이라는 주제 영역에서도 인문‧예술 분야(시간과 공간, 물질과 생명에 대한 인문‧예술적 상상)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이고, 사회과학 분야(시간과 공간, 물질과 생명에 대한 사회과학적 상상)나 자연과학 분야(시간과 공간, 물질과 생명에 대한 자연과학적 탐구)에서도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학제 간 접근 역시 가능할 것이다(아래의 표 참조).
이와 같은 통합적 배분이수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학문 중심형과 주제 중심형을 교차시키기 위해 주제별 분류의 기준은 인문‧예술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과 같이 특정한 하나의 학문 분야의 경계에 갇히지 않도록 설정한다. 둘째, 통합적 배분이수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교과목들은 인문‧예술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적 방법론의 소개 및 그 한계를 포함하도록 한다. 셋째, 학문 분류에 의한 기존의 교과목들은 주제별로 재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개별 교과목 설계 시 가능하면 학제적 성격을 부여하도록 한다.
주제 | 인문·예술 | 사회과학 | 수학 및 자연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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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질 | 인간의 본성(이성, 감성, 윤리, 미의식, 욕망) | ||
인간 행위 | 언어, 기억, 감정, 예술, 믿음(종교) | ||
삶과 생명의 터전 | 인간과 생명체의 터전(자연, 공동체, 민족, 국가, 역사, 지리, 규범) | ||
삶의 방식 | 문화와 관습, 정치체제, 경제체제, 금기와 가치, 미적 향수 | ||
자연의 본질 | 시간과 공간, 물질과 생명에 대한 인문·예술적, 사회과학적, 자연과학적 상상, 탐구 및 그 한계 | ||
자연과 인간의 관계 | 수학을 포함, 자연 탐구 및 자연의 가치 설정 |
기초문해교육은 대학 교육 및 평생교육을 위해 필요한 사고 능력과 문해 능력 등 기초학업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탐구의 대상을 분석·이해하고 그로부터 문제를 찾아내며,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적 시도를 하고, 그 결과를 다시 다양한 언어적 매체로 표현함으로써 다른 사유 주체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뿐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다른 사람이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지적·언어적 훈련이 포함된다. 기초문해교육의 대상으로는 문헌만이 아니라 구어를 통한 전달, 특히 각종 소통 매체(미디어) 및 정보통신기술에 의해 광범하게 유통되는 정보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는 양적인 사고뿐 아니라 질적인 사고도 포함하며, 단순한 논리적·합리적 사고뿐 아니라 구상적(構想的)·변증적 사고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이 사고 훈련은 단순히 주어진 것을 수동적으로 분석·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대상을 새롭게 변형 창출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기초문해교육에는 사고교육 및 언어교육 외에도 디지털 자료·정보를 해독할 수 있는 정보문해 교육, 자연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리 및 기초과학 교육 등이 포함된다. 이 영역에 속하는 교과목들은 대개 1학년 때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하는 것이 상례다. 응용학문에 속하는 특정 전공들의 기초과목은 포함될 수 없다.
세부 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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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사소통 I: 국어 |
② 의사소통 II: 영어 등 외국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
③ 사고: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
④ 정보문해: 컴퓨팅적 사고, 데이터 문해, 디지털 문해 |
⑤ 기초과학, 수학 및 양적추론 |
체험소양교육은 학문 탐구의 궁극 목적도 되고, 그 전제도 되는, 포괄적 의미의 ‘인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가리킨다.
교양기초교육은 인식과 행동에서 보편타당한 ‘일반’ 원리를 모색하고, 그것을 지-정-의 모든 영역에서 실현하는 전인적 능력의 함양을 지향한다. 달리 말해 지적 능력에 한정되지 않고 미적 감수성으로 나타나는 정서적 자질과 공동체의 삶을 가능케 하는 인애(仁愛), 정의, 배려, 정직 등의 도덕성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정서적·사회적·신체적 체험 교육을 통해 이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체험소양교육이다. 생애주기에 따른 학업 계획 수립과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한 신입생 세미나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교양’은 원래 지적 능력뿐 아니라 정서적 감응 능력도 중요한 요인으로 포함한다. 정서적 감응은 먼저 감성적 공감 능력을 전제하고 나아가 미적 지각 및 구성 능력을 요구한다. 이를 배양하는 것이 ‘정서적 체험’ 교육이다. 도덕규범 및 당위의 실천 능력 또한 교양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실천 없는 가치 인식이나 당위 인지는 의미가 없다. 실천 능력은 실천을 통해서만 함양되므로 광의의 ‘사회적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 행동의 실천에는 의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의지를 강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며 이를 구체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바로 심신을 단련하는 ‘신체적 체험’ 교육이다.
체험소양교육 영역은 지적 영역의 교육과 달리 교육 내용과 과정이 매우 다양하고 경우마다 고유하여 정규 수업만으로 감당해 내기 어려우며, 정량적인 객관적 평가도 어렵다. 따라서 체험소양교육은 가급적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정규 교육과정에는 최소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양기초 교과목은 보편적 포괄성, 학술적 대표성, 전인교육의 요건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자유학예 교과목은 인문-사회-자연의 기초학문 분야의 탐구 성과를 내용으로 한다. 각 교과목은 해당 영역에서 핵심적이면서도 보편성을 갖는 학술적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배분이수 영역에서 이 교과목이 갖추어야 할 학술성은 다음과 같다. 전공과목도 아래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교양기초 교과목으로 설강할 수 있다(이중설강 허용).
기초문해교육에는 국어와 외국어 등 언어 중심의 전통적인 문해교육 교과목과 디지털 정보 시대가 요구하는 정보문해교육 교과목, 그리고 수리 및 과학교육 교과목이 포함된다. 특히 기초문해교육은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만나는 영역이므로 중등교육의 변화에 대응하여 대학 수학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할 뿐 아니라, 급격한 시대 변화에 대응하여 평생학습 능력을 배양하는 수준까지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따라서 기초문해교육은 기초부터 심화까지 체계성을 갖춘 교과목군으로 구성해야 한다.
체험소양 교과목은 지덕체의 조화로운 발달을 꾀할 수 있도록 자발적 활동과 체험을 통한 정서적‧도덕적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한다.
적극적 기준이 교양기초 교과목이 될 수 있는 긍정적 요건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소극적 기준은 교양기초 교과목이 될 수 없는 부정적 제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비학술적 내용, 더 나아가 기초학문의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을 담는 교과목은 자유학예교육의 교과목이 될 수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성격의 교과목은 자유학예교육을 담당하는 교과목이 될 수 없다.
구분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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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원 | 조직 및 거버넌스, 재정 및 시설, 교수자, 교육 지원자 관련 요건 등 |
교육운영과 지원 | 교과/수업 운영 시스템, 교강사 운용/지원 시스템, 평가와 교육의 질 관리 시스템, 학사지도 시스템 등 |
한국의 대학에서 강의교수, 초빙교수 등의 이름으로 복무하는 비정년 계약직 교수 및 강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교양기초교육 분야이다. 이처럼 교양기초교육 교수자의 신분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교양기초교육 전담기관의 학내 위상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전공학과 중심의 학사 구조에서 교양기초교육의 내실화를 이룰 수 없는 제도적 한계로서 작동한다.
급변하는 사회적 현실과 이에 비례하는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 수요를 직시해 보면 의약학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특정 전공을 요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높은 수준의 전공지식 교육은 대학원으로 이월되고 있으며, 학부 교육은 좁은 분야의 특정 전공지식의 교육보다는 가변적인 산업구조와 직업 세계의 유동적 트렌드에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의 함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교육 수요와 급변하는 직업 세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자기학습 중심의 평생교육이 요구되는 바, 학부 교육은 그 토대를 충실히 준비해 주는 교양기초교육을 중심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할 때 대학의 교수자원 역시 학부 교육의 40% 내외를 담당하고 있는 교양기초교육에 더 많은 자원의 배분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에서는 2015년 가을부터 2016년 초까지 <교양교육컨설팅 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양기초교육 표준 모델을 공표하였다. 지난 6년간 이 표준 모델은 개별 대학 컨설팅에서 컨설턴트들에 의해 개정의 필요성이 확인되었고, 개별 대학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검증 받았다. 2021년 겨울부터 2022년 말까지 리뷰를 통하여 부분적 수정에 합의하여 그 초안을 제시하였다.
대학 교육과정은 전공, 교양, 일반선택으로 구성된다. 교양교육과정은 각 대학의 ‘◯◯대학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편성‧운영된 교양 교과목으로, 학점당 매 학기 최소 15시간 이상 운영되고 학점이 부여되는 강의 중 교양 과정으로 분류되는 일체의 교과목을 대상으로 한다(단, 교과목 중 전공과 교직, 일반선택 과목, 교육과정 외에 비정기적으로 개설되는 특강, 세미나 등은 제외한다).